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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인데, 샤넬 같지 않았다 – 샤넬 워치 J12 blue

샤넬의 하이엔드 스포츠 워치 J12블루. 반짝임 대신 단단함을 선택한 이 시계는, 나에게 샤넬이 낯설게 느껴졌던 첫 순간을 남겼다.

 

샤넬은 왜 ‘군용 느낌’의 시계를 만들었을까 – J12를 마주한 나의 이질감에 대하여

이미지 출처: 샤넬 공식 홈페이지 (www.chanel.com)

샤넬이라고 하면 나는 먼저 ‘향’을 떠올립니다.

한 방울로 기분이 바뀌고, 그 사람의 이미지를 다시 구성하게 되는 향기.
다이아몬드가 촘촘히 박혀 있고, 진주도 잔뜩.
반짝이고, 화려하고, 럭셔리 그 자체.
옷도, 향도, 액세서리도 ‘샤넬은 뭐든 예쁘고 빛나는 거겠지’ .
그래서 시계를 봤을 때… 좀 당황했습니다.

                                이미지 출처: 샤넬 공식 홈페이지 (www.chanel.com)


‘이거 샤넬 맞아?’
내 머릿속의 샤넬과 너무 다른 모습이었다.


말하자면… 약간 군용 시계 같았다.
시계판은 단단했고, 색상은 블랙 혹은 다크블루.
반짝임보다는 스포티하고 묵직한 실루엣.
심지어 약간은 남성적이다 라는 인상까지 받았다.
샤넬이 굳이 이런 시계를 만들어야 했을까?
솔직히 나는 샤넬 하면 반짝이는 걸 떠올렸다.

나는 생각했다.

왜 다이아몬드를 한가득 박아 반짝이게 하지 않았을까?

이미지 출처: 샤넬 공식 홈페이지 (www.chanel.com)

J12 BLUE, 블랙도 아닌, 화이트도 아닌, 블루

  • 샤넬 J12는 2000년에 첫 출시되었습니다.

  • 디자인은 자크 엘루(Jacques Helleu), 샤넬의 아티스틱 디렉터가 주도했습니다.

  • 하이엔드 세라믹 스포츠 워치로, 당시 여성용 시계로는 보기 드물게

    • 세라믹 소재를 대담하게 사용했고

    • 스포츠 워치 스타일에 고급스러움을 더한 형태였습니다.

📌 이 디자인은 남성 스포츠 시계(요트, 모터스포츠 등)에서 영감을 받아

“여성도 강하고 기능적인 시계를 착용할 수 있다”는 철학에서 출발했습니다.

두꺼운 베젤, 광택이 없는 매트한 질감, 그리고 고강도 세라믹 소재.
물리적인 내구성뿐 아니라, 감정적으로도 단단해 보이는 시계.

단순히 예쁜 시계가 아니라,
시간을 ‘정복하고 싶은 여성’을 위한 시계였던 것이 아닐까요?
하이 주얼리 브랜드에서 보기 드문 자동 무브먼트까지 탑재한 점은
샤넬이 이 시계를 단순한 액세서리가 아닌 “기계”로 인식해서 기능적인 면은 많이 반영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샤넬의 철학, 늘 반대로 걷는 아름다움

사실 J12를 이해하려면 코코 샤넬 그 자체를 다시 바라봐야 합니다.
그녀는 항상 ‘여성적인 것’에 저항하면서, 새로운 ‘여성성’을 만들어낸 사람이었죠.

  • 남성복의 소재였던 트위드를 여성 재킷으로 재해석했고,

  • 당시 남성의 상징이었던 바지와 수트를 여성에게 입혔습니다.

  • 향수 No.5 역시 자연의 꽃향이 아닌, 인공 조합의 향으로 만든 최초의 시도였습니다.

그런 그녀가 브랜드를 세우고,
세월이 흘러 21세기 샤넬이 시계를 만든다면?
당연히, 기존 여성 시계의 기준을 해체하는 방식을 택했을 것이라는 추측에 이릅니다.

샤넬의 아티스틱 디렉터였던 자크 엘루(Jacques Helleu)는 J12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남성용 스포츠 워치 디자인에서 영감을 얻어, 이를 여성적인 감각으로 완성한 시계.”

이미지 출처: 샤넬 공식 홈페이지 (www.chanel.com)

나의 이질감은, 샤넬이 의도한 ‘불균형의 미학’

나는 늘 샤넬의 여성스러움과 럭셔리를 좋아했지만,
사실 나 또한 그 안에 거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샤넬 워치가 나를 당황하게 했던 이유는,
나 자신이 가진 언발란스를 정확히 건드렸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샤넬을 잘 아는 건 아니지만,
J12 블루는 내가 생각하던 샤넬과는 다른 언어였다.
그게 틀렸다는 건 아니고, 그냥… 의외였달까.


반짝임과 단단함 사이, 그곳에 샤넬이 있었다

우리는 때로 브랜드를 하나의 이미지로만 기억한다.
하지만 진짜 브랜드는 일관성 속의 변화, 전통 속의 실험에서 살아남는다.
샤넬 J12  블루는 그 상징이 아닐까요.

그 번쩍임 없는 시계를 바라보며,
브랜드가 지닌 용기를 조금 부러워하게 되었을지도 .

 

※ 본 포스트에 사용된 시계 이미지는 샤넬 공식 홈페이지(chanel.com)에서 인용되었으며, 브랜드 소개 목적의 비상업적 사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