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귀걸이를 한 소녀는 왜 우리를 보고 있을까?
한 소녀가 있다.
푸른 천을 머리에 두르고, 어깨를 살짝 틀어 뒤를 돌아본다.
그녀는 입을 열지 않았고, 어떤 설명도 남기지 않았다.
그림 속에 붙은 이름조차 없다.
그저,
우리 쪽을 본다. 조용히, 하지만 분명하게.
그게 전부인데, 이상하게 오래 남는다.
정지된 순간의 응시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는 요하네스 베르메르가 1665년경 그린 유화다.
인물화도, 역사화도 아니다.
마치 누군가를 불러 세웠을 때,
그가 고개를 돌리며 우리를 처음 마주보는 찰나의 장면.
우리는 그 ‘정지된 한 순간’을 300년 넘게 바라보고 있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런데 말 없이 묻는다.
“당신은 지금, 어디를 보고 있나요?”
🐚 그림에서 유일하게 반짝이는 것 – 진주
이 그림은 배경이 없다.
어두운 어둠뿐이다.
그런데 그 어둠 속에서 진주 하나가, 과하게 클 정도로 빛난다.
실제로 이 진주는 진짜 진주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베르메르가 그린 방식은 진주의 광택보다 환상적 반사광에 가깝다.
즉, 가짜 진주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진주를 진짜보다 더 진짜처럼 기억한다.
"진짜가 아니라서 더 아름다웠던 것,
어쩌면 그게 인생 같잖아요."
— 마치 그런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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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 |
👁️ 그녀는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그녀는 웃지 않는다.
그렇다고 무표정도 아니다.
입술이 살짝 벌어져, 무언가 말하려다 멈춘 듯한 그 표정.
그녀는 우리를 본다.
아니, 우리 안에 있는 어떤 기억을 꺼낸다.
-
누군가의 시선에 가슴이 울컥했던 순간
-
말을 걸지 못한 채 바라만 봤던 기억
-
잊었지만 잊히지 않았던 그 눈빛
그림을 보면 이상하게 그게 떠오른다.
그래서 이 그림은 아름답다기보다 '아프게 기억에 남는다.'
✨ 그래서 우리는 이 그림을 좋아한다
그녀가 누구였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 진주가 진짜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그녀가 돌아봤고, 우리를 봤고,
그 순간이 지금까지 남았다는 것.
이름도 없이
말도 없이
한 줄 설명도 없이
그녀는 가장 유명한 시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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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리츠하우스미술관 |
📝 마무리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는 말하자면,
“그림”이라기보다 “감정의 찰나”가 아닐까 !
어떤 순간은 기록되지 않아도 오래 남는다.
이름 없는 소녀와 가짜일지도 모를 진주처럼.
그림 속 그녀는 말이 없지만,
우리를 기억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진주 하나로
그녀를 절대 잊지 못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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